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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자리잡자 나가라니”…떠나는 지하철 6·7호선 상인들 / KBS뉴스(News)
게시일 : 2019.11.19 08:58
[앵커]

최근 지하철 6,7호선 이용해 보신 시청자 분이시라면 지하철 역사 내 가게들이 텅 빈 모습 보셨는지요?

상인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가게를 떠난 결과입니다.

임대를 놓은 한 기업과의 계약 문제 때문인데요.

상인들은 부당한 임대 계약 때문에 쫓겨났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6,7호선 내 가게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 현장, 지금 바로 가보시죠.

[리포트]

서울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입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이면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입니다.

지하철 개찰구 근처에 위치한 한 빵집.

많은 사람들이 찾을 법한 곳인데 지금은 굳게 문이 닫혀 있습니다.

'단전, 단수' 쪽지만 붙어있습니다.

[단골손님 : "여기서 사서 커피도 마시고 샌드위치도 사서 먹고. 젊은이들도 많이 이용하고 커피도 많이 좋아하고 그랬는데 ‘왜 여기가 없어졌지?’ 그런 생각이 들긴 했어요."]

문을 닫은 곳은 이 빵집만이 아닙니다.

분식 가게, 화장품 가게, 옷 가게...

지하철 6,7호선 역사 내에 있던 많은 가게들이 지금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

상인들은 생업의 터전인 가게에서 쫓겨났다고 말합니다.

이유는 임대 계약 문제 때문입니다.

지난 2013년 서울교통공사는 GS리테일과 지하철 6·7호선 상점 400여 곳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맺었습니다.

5년 임대에 5년을 추가로 더 했습니다.

그리고 GS리테일은 상인들에게 다시 이 상가들을 임대해줬습니다.

상인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GS리테일과 상인들의 계약조건도 5년 영업에다 원하면 5년 연장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GS리테일 측이 5년이 지나자, 당초 이야기와 달리 재계약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해와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이○○/지하철 6, 7호선 상인/음성변조 : "(비싼) 임대료를 낼 때는 10년을 보장받기 때문에 억울한 측면이 있어도 지금까지 참고 기다려왔거든요. 이제 와서 갑자기 5년 만에 철수를 해야 하니까 약속을 안 지키고 나가라 그러니까 억울한 거죠."]

지하철 6호선 합정역.

이미 많은 상인들이 이 곳을 떠나 텅 빈 상점들 때문에 삭막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을 만났습니다.

언제 강제 철거를 당할 지 몰라 하루, 하루 살얼음 판을 걷는 기분입니다.

[김○○/지하철 6, 7호선 상인/음성변조 : "겁나죠. 그리고 공문도 와요, 빨리 빼라고. 그렇지 않으면 조치를 하겠다는 식으로요. 그렇지만 저는 막아내야겠죠."]

이 상인은 대출까지 받아서 가게를 마련해, 지금의 상황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김○○/지하철 6, 7호선 상인/음성변조 : "대출받아서 피 같은 돈을 생돈으로 제가 설비를 다 하고 해서 시설 투자비만 보증금 빼고 한 2억 정도 들었어요."]

김 씨처럼 상인들이 빚을 지면서까지 상점에 들어온 건 지하철 6, 7호선 상가 조성 당시 서울교통공사가 진행한 대대적인 홍보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김○○/지하철 6, 7호선 상인/음성변조 : "계약할 당시에 2013년도에 교통공사 측에서 대대적인 홍보를 했어요. GS리테일 측에서도 계약 당시에 거기에 대해서 강조를 하고 공기업과 자신들은 대기업이니까 90% 이상 재임대는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몇 번 강조를 했었고."]

2013년 당시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 6, 7호선 유휴공간을 개발한다며 내놓은 당시 보도자룝니다.

역무실 등으로 쓰였던 빈 공간을 개발해 '소상공인들'에게 제공하고 함께 상생해 나가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 상인들은 생계의 터전에서 어떤 보호도 못 받고 쫓겨날 처지입니다.

이런 상인들을 도와 GS리테일 측 등과 협상을 했던 한 전문가를 통해 협상 당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 : "(상인들은) ‘계속 장사하게 해주세요. 우린 그것밖에 바라는 게 없습니다.’ 5차 협상 동안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어요. 당연한 거죠. 그리고 서울교통공사 입장도 한결같아요. 우린 잘못한 게 없음으로 여러분을 구제할 수 없습니다. GS리테일도 명확해요. 우리도 잘못한 게 없습니다."]

GS리테일은 어떤 입장일까요.

저희 취재진은 GS리테일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짧은 서면 답변서만 돌아왔습니다.

5년 계약 후 추가 5년 연장 계약은 서울교통공사와 GS리테일 간 계약이고.. 상인들과 10년을 보장한다는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울교통공사와 협의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서울교통공사가 GS리테일로부터 받은 계약금은 무려 천억 원에 달합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상인들과 직접 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 "저희가 보상을 할 수가 없죠. 일단은 첫 번째는 어떠한 계약관계가 없어요, 저희하고는. GS리테일과 있기 때문에 저희는 계약관계도 없는데 만약에 도의적 책임으로 저희가 보상을 해드린다면 특혜의, 전형적인 특혜의 소지가 돼 버리는 것이고."]

그러면서 기존 임대차 계약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지금 상인들이 가게를 비우고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 : "제가 봤을 때 결자해지해야 하는 문제거든요. 이 판을 처음에 누가 짰느냐 보자는 거예요. 이 판 다 짜고 돈 벌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일석삼조 이득 얻은 건 서울교통공사거든요."]

상인들 입장에서 답답한 상황은 또 있습니다.

지난해에 임대차 보호법이 개정돼 임대 계약을 자동 연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이 상인들은 법이 바뀌기 전에 계약을 해서, 이마저도 적용이 안되는 상황입니다.

뚜렷한 법적 보호도 못 받는 상황.

상인들의 마음은 타들어갑니다.

[김주호/참여연대 민생팀장 : "반드시 공공이 먼저 모범을 보임으로써 임차 상인들이 오랫동안 걱정 없이 장사할 수 없는 지금 법 개정 취지 이런 것들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봅니다."]

하루 아침에 생계수단을 잃게 된 상인들.

상인들과 임대인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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